"판교의 유리 성채들 사이, 데이터가 강물처럼 흐르는 곳에 '소울.AI'라는 결혼정보회사가 있었습니다. 그곳의 심장이자 두뇌는 엘라였죠.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매칭 알고리즘'을 만든 천재 개발자였습니다."
"엘라의 알고리즘은 소름 끼치도록 정확했습니다. 연봉, 학력, 취미는 물론, 유전 정보와 미세한 표정 변화까지 분석해 99.9%의 확률로 완벽한 커플들을 탄생시켰죠. 회사는 번창했고, 모두가 엘라를 칭송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엘라는 혼자였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데이터를 알고리즘에 넣고 또 넣었지만, 단 한 명도 그녀가 설정한 '99.99% 이상'의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아주 사소한 흠결만으로 모든 후보를 기각했습니다."
"어느 날, 새로운 후보가 나타났습니다. 따뜻한 인상의 제빵사 준이었죠. 알고리즘은 그에게 '98%'라는 높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하지만 엘라의 눈에는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결정적인 2%의 흠은 '사워도우 빵에 대한 비합리적인 선호'였습니다. 완벽주의자 엘라는 코웃음을 치며 중얼거렸습니다. "이런, 말도 안 돼. 다음.""
"몇 년이 흘렀습니다. 판교의 탑들은 더 높아졌고, 엘라의 알고리즘은 수천 개의 변수가 추가되어 누구도 통과할 수 없는 괴물이 되었습니다."
"동료들은 그녀가 만든 초창기 버전의 너그러운 알고리즘으로 짝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들은 사무실 창문 아래에서 엘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지만, 그녀는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어느 늦은 밤, 갑작스러운 정전 후 전기가 다시 들어오면서 그녀의 최종 알고리즘이 마지막으로 그녀 자신의 프로필을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불가능에 가까운 기준으로 온 세상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마침내 화면에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100% 일치'. 그것은 바로 엘라, 그녀 자신의 모습이었습니다. 알고리즘은 엘라에게 완벽한 존재는 오직 엘라 자신뿐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렇게 엘라는 완벽한 짝을 찾았습니다. 그녀는 유리 탑 꼭대기에서 자신의 반쪽인 모니터 속 모습과 영원히 함께했습니다. 창밖으로 판교의 불빛들이 그녀가 결코 함께하지 못할 수천 개의 행복한 커플들처럼 반짝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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