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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의 방
Story P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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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의 세상은 가로세로 3미터의 방이었다. 창문 밖 세상은 흐릿한 수채화처럼 존재감이 없었고, 오직 모니터의 푸른빛만이 그의 유일한 태양이었다. 그는 세상이라는 거대한 흐름에서 밀려난 외로운 섬이었다. '인생은 그저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의 연속일 뿐이야.'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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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모니터 한구석에 작은 팝업창이 떴다. '나래(Narae)'라는 이름의 사진작가가 여는 개인전 광고였다. 수많은 사진들 속에서, 유독 그의 눈길을 사로잡은 사진이 있었다. 그가 매일 지나치는 거리였지만, 사진 속 거리는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생생한 색과 빛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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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을 망설인 끝에, 미로는 난생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로 방을 나섰다. 갤러리로 향하는 길은 소음과 인파로 가득했다. 모든 것이 그를 밀어내는 것 같았다. 익숙한 방 안의 침묵이 그리워질 때쯤, 그는 갤러리 앞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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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안은 고요했고, 벽에 걸린 사진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속삭이고 있었다. 미로는 마침내 그 사진을 찾아냈다. 사진 앞에서 한참을 서 있는데,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그 사진, 저도 참 좋아해요." 카메라를 든, 사진 속 세상처럼 빛나는 소녀, 나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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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래는 사진에 담긴 평범한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세상은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계속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어요. 그걸 포착하는 게 제 일이죠." 그녀의 말은 미로의 닫힌 마음에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세상을 바꿀 순 없어도, 세상을 보는 내 시선은 바꿀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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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미로는 낡은 스케치북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는 처음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 공원 벤치에 앉은 노인,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그는 서툴지만 부지런히 그 모든 것을 그려나갔다. 이제 그는 세상의 방관자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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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는 용기를 내어 자신의 그림을 나래에게 보여주었다. 나래는 감탄하며 말했다. "이건 그냥 풍경이 아니네. 이건 미로, 너의 세상이구나. 네 마음을 통해서 본 세상." 미로는 깨달았다. 자신의 내면세계는 감옥이 아니라, 세상을 비추는 특별한 렌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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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는 자신의 그림과 단상을 담은 웹툰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의 이야기는 더 이상 인정받기 위한 몸부림이 아니었다. 그것은 세상과 연결되고 싶은 진심 어린 소통의 시작이었다. 그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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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후, 나래의 갤러리 한쪽에 작은 공간이 마련되었다. 미로의 첫 전시회였다. 그의 그림들은 더 이상 어두운 방 안에 갇혀 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세계를 당당하게 세상에 펼쳐 보였다. 내면과 외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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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는 이제 창문으로 세상을 보지 않는다. 그는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의 내면세계는 그를 가두는 감옥이 아니라, 세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그만의 우주가 되었다. 그는 이제 그 자신으로서, 세상의 일부로서 온전하게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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